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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말의 힘과 언어관

언어관이라는 말은 언어를 보는 관점을 말합니다. 언어관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언어신성관이 있습니다. 이 관점은 말 그대로 말을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말을 신성하게 보는 이유로는 말을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동물이 구분되는 이유를 말의 사용에서 찾고, 말을 신이 주신 선물이기에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러한 언어신성관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종교의 경전이나 기도문을 옛말로 사용하고, 바꾸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언어신성관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언어를 통해 신과 소통하기에 최초의 언어가 신의 언어에 더 닮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신성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신성관은 일반 사회에서는 언어권위관이 됩니다. 언어권위관 역시 언어의 변화에 대해서 좋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조어나 유행어를 잘못된 것으로 보고, 표준이나 규범을 세우려고 노력합니다. 말에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언어 권위관인 셈입니다. 언어권위관은 우리 삶 속에서 널리 퍼져있습니다. 아이들의 말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거나 속어를 나쁘게 보는 것 등도 모두 언어권위관에서 나오는 관점입니다. 아마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권위관에 사로잡혀 있을 겁니다.   언어신성관이나 언어권위관과는 달리 언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을 언어도구관이라고 합니다. 언어도구관을 최근에 나온 관점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는 시작부터 도구관의 산물이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뜻을 통하게 하는 게 언어의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에서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서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바로 언어도구관인 셈입니다. 그런데 훈민정음에서는 말이 변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아서 순경음 비읍, 반치음 등을 만들고 사용하게 됩니다. 언어권위관도 있었던 셈입니다. 거기에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자를 만들어 소통을 한 것이니 위로의 도구, 소통의 도구였던 셈입니다.   언어도구관은언어혁명도구관 등으로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도구로서의 기능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어떤 기능의 언어를 원하는지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진 겁니다. 사회주의 혁명에서 언어를 도구로 사용하면서 언어를 혁명의 도구로 보는 입장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입장에 의해서 문맹 퇴치에 앞장서게 되거나 쉬운 말 쓰기 운동 등이 일어납니다. 결과적으로는 민중을 위한다기보다는 혁명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도 언어의 실용성을 강조하게 됩니다. 특히 국가 간의 교류 또는 침탈이 활발해 지면서 외국어 교육이 발달하게 되는데 외국어 교육의 핵심적인 관점 역시 실용성에 있었습니다.     언어관과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은 말의 힘입니다. 말은 세계를 담은 틀입니다. 따라서 말을 안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한 언어를 하나의 세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한계라는 말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어에서 신과 소통하는 사제를 부르는 말은 스승이나 무당이라는 어휘였습니다. 무당이나 점치는 행위인 무꾸리 등의 어원을 말로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신과의 소통은 말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사제의 말은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록에 남아있는 많은 시가나 무가 등에서 말의 위력을 알 수 있습니다. 가야의 구지가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만약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위협적인 말을 통해서 지도자를 맞이하는 의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신라의 수로부인 이야기에서 해가라는 노래의 내용과 거의 일치합니다. 우리말에서 말이 힘이 되는 장면은 무수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관 모두 언어권위관 도구 소통 사회주의 혁명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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